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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토요일 아침

나른하다.
여행을 다녀왔다. 지리산.
힘들고 땀다는 여행이 아니라 친구들과 계곡에서 물장구 치는 여행.
웃고 떠들다가도 진지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몸이 힘들다.
고생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몸이 피곤하다.
조금 무리해서 아침에 수영을 다녀온 것도 한 이유가 될지도 모르지.
그랬다. 그래서 몸이 나른하다. 무겁다.

비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날씨가 많이 서늘하다.
안그래도 몸이 나른한데 몸에 한기가 들어서 감기가 올 뻔 했다.
나와 있을수록 조심해야 하는건데.. 감기가 들면 곤란하지.
비가 온 탓으로 방안에 보이지 않는 습기를 제거하려 선풍기를 벽을 향해 틀어놓고 있다.
아, 이런 날씨에 빨래를 하다니.. 그치만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계곡엘 다녀온걸..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시간을 조절하고 싶은 욕심도 너무 많다.
다행히도 쓸데없는 곳에 맘 쓰지 않도록 지금 옆에서 잡아주고 있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다.
그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사람이 전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려 한다.
내가 없으면 누구도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맘을 건네기 위해서 내가 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심일지도 몰라.
두 마리 세 마리 모두 갖고 싶어하는 욕심일지도 몰라.
하지만 조심스러울수록 좋을 시절이 있고 그것이 지금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프면 안된다. 아프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노력은 할 수 있는거다.
아끼는 맘을 건네기 위해서는 아낄 수 있는 내가 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니까.

나른하다. 몸이 피곤하다.
곧 개강이라고 한다. 하나씩 정리를 해왔고, 과외나 알바자리가 없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다.
이번 학기는 공부만 할 생각이다. 다른 것들을 둘러볼 여유가 있을까?
그만큼의 능력이 안된다고 여기면 조금은 서글프겠지만, 그것이 틀린 말도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능력은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죽을 때까지 그 한계를 모를테니까.

나른하다.
오늘 아침에는 긴팔을 입어볼까 하는 고민을 했더랬다.
서서히 변하는 숲의 색보다, 코 끝을 자극하는 봄의 발걸음보다,
앞서서 그에 앞서서 가을은 피부에 바로 와닿는다.
비가 하루 종일 온다면 긴팔도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오늘 아침. 그런 생각.

아주 일상적인 것들에 감사하면서도 늘 꿈꾸는 이들을 동경한다.
찬 공기의 흐름보다 미치도록 느리게 그리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변하는 숲이 부럽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쨍쨍했던 햇살을 어느새 잊은 듯 붉게 물들어 정열적인 타들어감을 느끼는 숲.
그런 숲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내가 되고 싶다.


아침에 쓴다. 아. 나른하다.


by 바게트빵 | 2008/08/16 10:00 | today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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